원/달러 1,320원대, 달러예금 최대치 뒤에 남은 통상 변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0월 들어 12거래일간 원/달러 환율 평균은 1,342.6원입니다. 2024년 9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16일에는 장중 1,328.9원까지 내려가 연저점을 새로 썼습니다.
같은 시기 연합뉴스가 집계한 5대 시중은행의 개인 달러예금은 15일 기준 142억 3천만 달러였습니다. 2021년 12월 이후 4년 10개월 만에 최대입니다. 달러가 싸졌으니 사두자는 수요가 늘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환율을 끌어내린 요인 안에 다음 변동의 씨앗도 함께 들어 있습니다.
달러인덱스가 올라도 원화만 강해진 까닭
올해 원/달러 환율은 중동전쟁 여파와 유가 상승, 외국인 주식 매도로 6월 월평균 1,528.0원까지 올랐습니다. 방향이 바뀐 계기는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해외 주식을 미국 시장에서 거래하도록 만든 증서) 상장이었습니다. 여기에 반도체 수출기업의 네고(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파는 것) 물량이 더해졌습니다. 하락 속도가 빨랐습니다.
산업통상부 발표로 9월 수출은 1,209억 4천만 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83.5% 늘어 월별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신한은행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9월 일평균 무역흑자가 25억 달러에 육박했고,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도는 그에 훨씬 못 미쳤다고 분석했습니다. 시장에 들어오는 달러가 빠져나가는 달러보다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눈여겨볼 대목은 글로벌 달러와의 엇갈림입니다. 최근 한 달간 달러인덱스(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는 99선에서 102선으로 올랐지만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내려갔습니다. 한국은행의 7·8월 연속 기준금리 인상과 OECD의 3.7% 성장률 전망이 원화를 받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12일 국정감사에서 환율이 『앞으로 추가 강세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2026년 원/달러 환율 월평균 추이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연합뉴스)
| 시기 | 월평균 환율 | 비고 |
|---|---|---|
| 3월 | 1,492.5원 | 중동전쟁 여파 |
| 6월 | 1,528.0원 | 유가 상승·외국인 주식 매도 |
| 7월 | 1,488.9원 | ADR 상장 후 하락 전환 |
| 8월 | 1,404.4원 | 수출기업 네고 물량 |
| 9월 | 1,358.8원 | 월별 수출 최대 |
| 10월(12거래일) | 1,342.6원 | 2년 1개월 만에 최저 |
개인 달러예금 최대치, 뜯어보면 온도차가 있습니다
개인 달러예금 142억 3천만 달러는 9월 말 141억 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입니다. 개인과 기업을 합한 전체 달러예금은 787억 8천만 달러로 9월 말 840억 달러보다 오히려 줄었습니다. 올해 잔액이 가장 적었던 3월 말 587억 6천만 달러와 비교하면 34.1% 많습니다. 기업 달러예금은 645억 5천만 달러로 한 달 새 7.7% 감소했는데, 은행 측은 무역 결제나 법인세 납부용 환전 영향으로 봤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 달러예금 증가 배경으로 환율 하락과 함께 미국 주식 투자가 줄어든 점을 들었습니다. 주식에서 빠진 달러가 예금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입니다. 급증이라는 표현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완만하게 늘었다고 보는 편이 정확해 보입니다.
엔화 쪽 움직임은 더 큽니다. 원/엔 재정환율(달러를 매개로 계산한 원화와 엔화의 교환 비율)은 12일 장중 839.91원으로 2008년 1월 이후 최저였고, 개인 엔화예금은 2,656억 2천만 엔으로 9월 말보다 4.6% 늘었습니다. 개인신용대출도 109조 7,121억 원으로 석 달 만에 증가로 돌아섰고, 마이너스통장 잔액 44조 4,546억 원은 2022년 8월 이후 가장 큽니다. 은행권은 저점 매수 목적의 대출 수요와 함께, 주식 손실로 자금이 묶인 상태에서 생활비 지출이 늘었을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습니다.
대미 흑자 1천억 달러가 환율에 남기는 숙제
산업통상부 집계로 1~9월 대미 무역흑자는 847억 달러입니다. 종전 연간 최대였던 2024년 556억 달러를 3분기 만에 넘었고, 올해 사상 처음 1천억 달러 돌파가 확실시됩니다. 반가운 숫자이지만 통상 측면에서는 부담이 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대한 한국의 투자를 기정사실처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미가 공개한 팩트시트에는 검토 착수만 명시돼 있습니다. 올해 초에는 대미투자특별법안 처리 지연을 이유로 자동차 관세를 25%로 올리겠다는 위협도 있었습니다. 흑자가 커질수록 협상 여지가 좁아진다는 것이 연합뉴스의 진단입니다.
한 통상 전문가는 흑자 급증이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에 따른 미국 측 수요 때문이며,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하면 흑자 폭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 해석으로는 이 말이 환율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의 원화 강세를 떠받치는 달러 공급이 특정 업종의 수출에 크게 기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 전망도 범위가 넓습니다. 하나은행 이유정 연구원은 연말 1,320원선으로의 하락을 예상하면서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외국인 증시 자금 유출을 상방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KB국민은행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말 1,280~1,340원, 내년 상반기 1,270~1,370원을 제시했습니다. 내년 상반기 전망의 위아래 폭만 100원입니다.
달러를 지금 살지 고민하는 분이 먼저 따져볼 것
2년 만의 최저라는 말은 과거와 비교한 숫자일 뿐, 여기가 바닥이라는 근거는 아닙니다. 전망치 하단이 1,270~1,280원까지 열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 번에 큰 금액을 바꾸는 방식은 위험이 큽니다. 시점을 나눠 사는 분할 접근이 무난해 보입니다.
저라면 환율 수준보다 달러가 필요한 시점과 용도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해외여행이나 유학비처럼 쓸 곳이 정해져 있다면 일정에 맞춰 나눠 환전하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환차익이 목적이라면 원화로 되돌릴 때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인지가 먼저입니다. 빚은 다릅니다. 마이너스통장으로 외화나 주식을 사는 것은 환율과 금리라는 두 위험을 동시에 지는 일이라 레버리지 투자는 손실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외화 자산을 늘리기 전 점검할 항목입니다. 첫째, 달러를 실제로 쓸 시점과 금액이 정해져 있는지. 둘째, 원화로 다시 바꿀 때 환율이 지금보다 100원 오르내려도 감당 가능한지. 셋째, 환전 수수료와 외화예금 금리를 은행별로 비교했는지. 넷째, 대출 자금이 섞여 있지 않은지.
원화 강세는 수출 호조라는 실체가 있는 흐름입니다. 다만 그 수출이 키운 대미 흑자가 통상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환율은 당분간 양쪽으로 흔들릴 여지를 안고 있습니다. 11월 미국 중간선거 전후 알래스카 LNG 협상이 어떻게 정리되는지가 다음 확인 지점입니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게임 기획 18년 경력의 직장인이 경제를 공부해 가는 과정을 기록합니다.
초안 작성에 AI 어시스턴트를 활용하며, 편집자가 출처 확인 후 게시합니다.